기억해주세요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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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수술이 예정된 가족을 기다리느라 병원에 있었다. 수술이 무사히 끝나기를 기다리며 대기실에 앉아 TV만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후쿠시마에서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뉴스 속보가 나왔다. 끝없이 밀려들어와 마을을 삼키는 까만 바닷물과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옆에 깜빡이는 ‘수술 중’ 불빛과 뉴스 속 화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순간에 느끼는 두려움은 각각 달랐지만 비슷하게 참담했다.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할 수도 있다는 실감을 그때 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거나 삶의 터전을 잃거나 그 자신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들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9년이 지난 지금도 주민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방사능 오염은 진행 중이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24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고, 전체 발전용량을 국토 면적으로 나눈 값인 원전밀집도도 세계 1위, 고리 원전 반경 30킬로미터 이내 인구수도 세계 1위다. 지진이 크게 나지 않던 우리나라에서도 경주 등지에서 규모 5.8 이상의 지진이 관측되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원전이 있는 한 안전지대는 없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100만 톤을 태평양에 배출한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양생태계의 파괴는 물론 인간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바다는 생명의 원천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다. 아니면 인간의 과오를 모두 받아줄 만큼 바다의 자생력을 맹신하는 걸지도. 지구 입장에서는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언젠가 책에서 달팽이는 떨어진 잎은 먹어도 자신이 집으로 삼은 살아있는 식물의 잎은 갉아 먹지 않는다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의 유지는 스스로의 생존과도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삶을 맡기고 있는 지구라는 공간을 스스로 대책 없이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때이다. 우리는 딱히 도망갈 곳도 없는데 말이다.


지구를 위한 오늘의 실천:
후쿠시마를 기억하며, 생활 속에서 전기 절약을 실천한다. 새로운 국회가 탈핵에너지 전환을 법제화하도록 이번 총선에서 탈핵 공약을 내놓는 후보를 선택하거나 변화를 요구한다.

2020.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