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과 직박구리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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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야 할 우편물이 있어서 짧게 외출을 했다. 요즘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어쩌다 잠깐 밖에 나가면 가지만 남아 있던 나무에 새잎이 돋거나, 활짝 핀 꽃을 마주한다. 그나마 계절이 봄인 덕에 지겨운 일상 속에서도 작지만 아름다운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오늘은 우체국에만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꽃이 만개한 살구나무 세 그루를 만났다.

살구나무가 있는 길은 늘 지나던 길이고 특히 봄이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려 바삐 오가던 길이었다. 올해는 거리에 사람이 없어서인지 문득 온전히 나무에만 시선이 갔다. 처음에는 꽃의 화사함에 반해 다가갔는데, 가까이 갈수록 분주한 새소리가 들려왔다. 많은 수의 직박구리가 부지런히 살구꽃의 꿀을 먹고 있었다. 새를 더 자세히 보고 싶은 욕심에 가까이 다가가니 포로로 날아올라 나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살구나무로 내려앉았다. 가까운 벤치에 앉아 가만히 기다리니 새들은 다시 돌아와 식사를 마저 했다.

세 그루의 나무는 온전히 직박구리의 것이었다. 사람들의 방해도 차들의 소음도 없어서인지 새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신이 난 듯 보였다. 사실 새의 마음을 인간이 보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상상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렇게 짐작하며 바라보고 있으니 나 역시 덩달아 행복해졌다. 눈을 감고 새소리를 듣고 있으니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온 것만 같았다.


지구를 위한 오늘의 실천:
요즘 같은 시절에는 멀리 가기보다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자연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책상 위의 히아신스 화분이나 집 앞 한 그루의 나무, 베란다에 찾아오는 새도 좋겠습니다. 관심을 가지면 알고 싶어지고, 알게 되면 더욱 소중해집니다. 변화는 가까운 곳으로부터 시작됩니다.

2020.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