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줄 알았던 바다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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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여름이면 바다를 찾았다. 당시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해변에는 게도 많았고, 바위에는 굴과 홍합, 말미잘도 있었다. 작은 조개껍질을 말미잘 중심부에 넣으면 촉수를 오므린다. 말미잘이 움직이는 것이 재미있어서 종종 그렇게 놀았다. 아빠가 낚시를 하는 동안 나와 오빠는 물속에 잠수를 해서 모랫속 조개나 고동을 잡기도 했다. 늦은 밤 썰물로 드러난 갯벌에 가득한 골뱅이들을 본 기억도 있다. 얕은 물에서 슬리퍼를 신고 철퍽거리는데 그 안으로 작은 새끼 광어가 들어와 놓아주기도 했으니 당시 바닷속 생태계는 매우 풍족했던 것 같다. 그런 바다가 영원할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바다를 다시 찾은 건 재작년부터였다. 바다 수영을 하려고 물에 들어갔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바닷물은 예전의 기억보다 따뜻했다. 이렇게 바닷물이 따뜻하면 해양 생물들은 어떻게 살지 걱정될 정도였다. 실제로 한 기사에서는 기후온난화로 바다의 수온이 많이 올라서 홍합들이 익는 바람에 대규모로 폐사했다고 했다.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 밖에서 바라보는 검고 푸른 바다는 변한 게 없었지만 물속으로 들어가 보면 사정이 달랐다. 물고기나 해초류, 산호 등이 사라진 채 텅 비어 있었다. 지역마다 차이야 있겠지만, 내가 본 바다에는 바위에 붙어 있어야 할 굴은 껍질만 남아 있었고 게도 홍합도 말미잘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생명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바다에 물속을 부유하는 비닐 쓰레기는 아주 많았다. 종류도 다양했다. 라면 봉지, 아이스크림 봉지, 기저귀, 생수병 라벨 등등 일상에서 자주 보는 것들이 바다 속에도 있었다. 수영을 하려고 팔을 뻗었다가 뒤로 저으면 비닐봉지와 비닐 끈들이 팔에 걸렸다. 수영을 하기 전에 바닷속 쓰레기를 줍는 일이 일련의 준비과정이 되었다. 인간과 쓰레기만 남아 있는 적막한 풍경이 어쩐지 지구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 같아 섬뜩했다.
2006년 <사이언스>에서는 2048년 이전에 바닷속 해양 생물 전 종이 준멸종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예측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놀랍게도 2020년 현재 해양 생물의 90퍼센트가 사라진 상황이다. 원인은 물고기의 씨를 말릴 정도로 잡아 올리는 남획, 수중과 해안의 난개발, 플라스틱 쓰레기, 기후온난화 때문이다. 변명의 여지없이 인간에 의한 멸종이다. 더 이상 파괴하지 말고 다시 되살리는 방법을 찾을 순 없을까. 인간이 망쳤지만 인간에게는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코로나19로 배우지 않았나. 인간이 변하기만 한다면 자연은 이내 회복할 것이다.


지구를 위한 오늘의 실천:
남획으로 멸종의 위험에 처한 참치, 다랑어, 오징어, 크릴새우 등의 소비를 줄여주세요.

2020.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