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좀비의 역습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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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고민이 되면 버릇처럼 핸드폰을 켠다. 핸드폰과 손가락만 있으면 앱을 통해 주변 맛집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집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다. 띵똥, 배달이 왔다. 얼마나 빠른지, 배달원에게 건네받은 비닐봉지는 묵직하다. 주문한 메인 요리뿐만 아니라 여러 반찬들도 함께 왔다. 모두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다. 숟가락과 젓가락도 일회용이다.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할 필요도, 그릇을 다시 수거할 필요도 없다. 전부 봉지에 넣어 쓰레기통에 버린다. 아주 편리한 세상이다. 그렇게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품이 처음 나왔을 때, 회사들은 '일회용품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라는 인식을 퍼트리기 위해 엄청난 마케팅을 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전까지 사람들은 새로운 물건 하나를 갖게 되면 망가질 때까지 오래오래 사용했기 때문이다. 물건을 사용 후 빨리 버리고 다시 구입을 해야 회사에 이익이 된다. 그래서 한 번 쓰고 버려야 쿨하고 위생적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줬고, 그 계획은 큰 성공을 거뒀다. 사람들은 쓰고 버리는 일에 무감각해졌다. 일회용품은 분명 만든 사람이 있고, 판매한 사람이 있고, 소비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들을 책임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간과한 무서운 사실이 있다. 한 번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작게 쪼개질 뿐 완전히 분해되지는 않는다. 최초로 만들어진 칫솔도 여전히 지구 어딘가에 남아 있고, 최소한 500년은 지나야 사라질까 말까라고 한다. 쓰레기들을 집 밖으로 버리면 당장은 깨끗해졌다고 느끼겠지만 비닐과 플라스틱들은 없어지지 않는다. 죽지 않는 좀비처럼 계속 살아남아 지구를 더럽힌다. 심지어 물속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은 바다 생물을 통해 인간의 몸에도 축적된다. 그야말로 플라스틱 좀비의 역습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지금 누리는 잠깐의 편리함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기나긴 불편함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일회용품의 남용을 멈출 때, 우리는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지구를 위한 오늘의 실천: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선택을 해보세요. 이왕이면 직접 식당을 이용하고, 부득이하게 배달을 시킨다면 일회용품을 적게 사용하는 옵션을 이용합니다. 다회용 밀폐용기를 가져가 음식을 직접 담아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2020. 5. 13